알았다
아토목세틴 류의 스트라테라를 처방받은 지 약 4주가 되었다.
첫 2주 정도는 아무런 효과도 느낄 수 없었고 우울증과 짜증 이라는 부작용들만 잔뜩 체감했었다.
하지만 구글링으로 스트라테라는 4주 정도는 로딩이 필요한 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는 효과가 나타나길 차분히 기다려보았다.
그리고 4주차가 넘어가면서 일상을 돌아본 결과 어느 정도의 변화는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어 기록을 남긴다. 변화들 중엔 질환과 딱히 상관이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던 것들도 있었다. 지난 날의 부끄러운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잡았다 요놈. 범인은 ADHD였다. 그렇게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나타난 변화는 아래와 같다.
사라졌다
- 발톱에 멍이 들거나 빠지는 일이 사라졌다.(문지방 등에 발을 부딪히는 일이 사라졌다.)
- 충동구매가 사라졌다.(보지도 않을 책이나 강의를 잔뜩 샀었다.)
- 게임의 노예가 되는 일이 사라졌다.(가끔 하는 게임이 잘 안 풀리면 다음날 일이 있어도 밤새 그만둘 수가 없었다.)
- 짜증을 내는 나 자신을 인식할 수 있다.(내가 짜증을 내고 있군. 하는 인식을 실시간으로 할 수 있다. 즉, 자제할 수 있게 된다.)
- 식탐이 줄었다.(살이 빠진다고는 안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숨기고 싶었던 수많은 단점들이 나도 모르는 새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마치 의사선생님이 인피니티 건틀릿을 끼고 손가락을 튕긴 것처럼.
서서히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있다.
효과는 잔잔하다
어느날 갑자기 우왁 하고 느낀 것이 아니다.
지나고 나니 아 이게 없어졌네? 저게 없어졌네?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판단하기론 의지력이 생기거나, 집중력이 높아지진 않았다.
스트라테라(아토목세틴)는 그런 약은 아닌건가 싶다.
메틸페니데이트
그러고보면 콘서타(메틸페니데이트)가 궁금하긴 하다. 효과가 그렇게나 극적이라던데. 그러나 그저 궁금할 뿐이고 아쉽진 않다. 내가 이 나이에 무슨 공부를 잘 하고 싶거나 한 건 아니니까. 어차피 지능으로 따지자면 충분히 아니 넘치게 좋다.
평범에 가까워지고 있다
난 그저 ADHD를 앓지 않는 보통 사람들처럼 (덜 바보처럼) 살아보고 싶었고 그게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다.
그리고 한편으론 많이 아쉽다.
어릴 때 ADHD 진단을 받았으면 과연 내 삶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단점은 알려진대로다
- 짜증이 오지게 난다.(반대로 짜증이 줄었다는 사람도 봤는데 나는 왜...)
- 브린텔릭스를 복용하고 있음에도 우울증이 올라온다. (그런데도 의사선생님은 브린텔릭스 증량을 해주지 않는다.)
- 혈압이 높게 나타난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겪는 부작용이라고 한다.)
- 효과가 너무 은근한 츤데레 스타일이다.(그러니까 효과가 있는거야 없는거야? 싶다.)
'나타나지 않아서 다행인 단점'에 대해 하나 얘기하자면,
각성제가 아니어서 그런지 불안증이 더 생기거나 하진 않았다.
원래 천성적으로 불안증이 굉장히 심한 편인데,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 기다리고 있다
아쉬운 점은 실행력이나 집중력, 의지력이 향상되진 않았다는 점이다.
"아직" 향상되진 않았다 라고 생각하고 기다리는 중이다.
어떤 이는 처음 복용했을 때 몇개월동안이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었다고 한다.
콘서타같은 메칠페니데이트 류의 약들과 비교하면, 스트라테라(아토목세틴)로 드라마틱한 효과를 볼 순 없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집중력을 준다는 얘기가 있어 기대하고 있다.
실행력을 얘기하자면 차라리 브린텔릭스 처음 먹었을 때의 반짝 효과가 훨씬 좋았던 것 같다.
실행력 의지력의 상태
지금의 실행력 의지력의 상태가 어떤지 체크해보자.
단적으로 오늘을 예를 들어보자면,
아침에 일어나 나오기까지 5시간이 걸렸다.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가? 놀랍게도 난 중년의 아저씨다...
물론 이게 어떤 사정이 있는지 ADHD 환우분들은 알 것이다.
어물쩡대는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뭔가 필요한 일을 하긴 했다. 그저 우선순위가 엉키다 보니 여러모로 비효율적인 시간낭비를 하게 된다. 그리고 가까스로 세운 하루 일과 계획들을 다 망쳐버리게 되는 것이다.
어떤 날은 성공하고 어떤 날은 실패한다.
그래... 써놓고 보니 조금 양호해진 것도 같다.
의지력은 의지로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선악의 구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ADHD환자들은 알 것이다.
다 의지력 차이다 운운하는 것은 인간의 뇌와 행동의 프로세스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하는 무식한 헛소리라는 것을.
그건 다 네가 키가 작아서 그렇다 라는 말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타고난 것을 가져다 놀리고 죄인을 만드는 나쁜짓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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