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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우울증과 ADHD

다리가 한 쪽 없지만 불편을 못 느끼면 그냥 사세요. (성인 ADHD 환자의 한탄)

by 이거레알 2022. 11. 28.
잘 사시는거 같은데 뭐
왼쪽 다리 한 쪽이 없으신 건 맞는 것 같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왼쪽 다리 없이 40년을 사셨어요.
이미 많이 익숙해지셔서 불편함이 없으신 것 같습니다.

다리를 재건할 수 있는 기술이 있긴 하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라,
제가 환자분을 봤을 때 없는 다리 한 쪽의 필요성이 느껴지면,
그 때 다리를 재건하도록 하죠.

의사가 ADHD에 대해 필요성이 느껴지면 약을 처방하도록 하자 라고 말하는 것은,
다리 재건수술이 생긴지 수십년이 된 상황에서
다리 없이 평생을 산 사람이 수술하러 오자 위와 같이 말하는 격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ADHD에 대한 학습,
이 병이 주는 증세로 인한 불편함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아니, ADHD를 직접 앓고 있는 의사가 아니라면
ADHD 환자에 대해 절대 제대로 공감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긴 한다.

불편함이 없으면 치료를 안 한다고?
나는 내가 약을 먹기 전까지 내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다.
약을 먹고 호전된 후에야 알았다. 아 나는 아주 심각한 우울증이었구나.
삶이 재미없고 미련도 없고,
죽는 것이 대수롭지 않고,
아침마다 절망감에 몸부림치는 것이
평범하고 일반적인 것이 아니었구나.
라는 것을 약을 복용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왜 유독 ADHD에 대해서 조심스럽고 엄격한 것일까?
ADHD약이 환각증세를 일으키거나 오남용이 잦은가?

찾아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의사신문에 강남 3구가 ADHD 약 처방률이 높다는 기사가 있다.
아래는 발췌 자료이다. 이게 진짜 오남용이 맞는지 보자.

최근 5년간 서울 자치구별 ADHD 약물 처방 인원 현황

가장 높은 송파구를 보자.
처방 인원이 최고 9.2%, 평균 8.8%다.

이 수치는 높은 것이냐?


포항공대신문의 기사 중 발췌하였다.

성인 ADHD는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10대 원인 중 하나로, 전 세계 성인의 약 6.76%가 겪고 있다.


성인 ADHD는 전 세계 성인의 6.76%가 겪고 있다.
물론 이것도 평균일 뿐이지만 기준은 될 수 있을 것이다.
송파구와 강남구는 확실히 비율이 높다.
그런데 확인되다시피 그 외 지역은 오히려 지나치게 적다.

그럼 송파구와 강남구는 오남용이 맞을까?
송파구와 강남구에 청소년 정신과가 모여있다는 사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문제가 있는 학생들이 좋은 병원으로 생각되는 강남병원으로 몰려가는 바람에
처방인원을 해당지역 인구대비 크게 올렸다고 생각해야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사고 아닐까?

그리고, 그 약물의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은 어떤가 살펴보자.
헬스조선에서 발췌하였다.

실제 최근 5년간 메칠페니데이트 부작용으로 보고된 사례는 총 1093건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4년 831건, 2015년 39건, 2016년 35건, 2017년 49건, 2018년 76건, 2019년은 상반기 기준 63건으로 집계됐다. 주요 부작용 사례는 식욕부진, 불면증, 두통 등이다.

인재근 의원은 "메칠페니데이트는 중추신경자극제 계열의 ADHD치료약제로서, 해당 환자가 아닌 사람이 의사와의 전문적인 상담 없이 장기간 복용 시 마약류를 복용했을 때와 유사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정부는 20대, 30대 등 특정 연령층이 급증한 원인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해 메칠페니데이트의 오남용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의 부작용은 식욕부진, 불면증, 두통이다. 이런 ㅅㅂ

그리고 이 부분이 너무 웃긴다.
"해당 환자가 아닌 사람이 의사와의 전문적인 상담 없이 장기간 복용 시 마약류를 복용했을 때와 유사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의사와의 전문적인 상담 없이? 몰래 구해서 "장기간" 복용하면 어떤 증상인지는 말할 수 없지만 마약류를 복용했을 때와 "유사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이런 애매한 표현은 최근 한 3년 간은 본 적이 없다. 그냥 겁 좀 주는 말 해달라고 기자가 사정사정해서 뽑아내지 않는 이상 이런 바보같은 답은 나올 수 없었다고 본다. 대체 왜 경계하는 것인가. 이 정도의 허접한 부작용과 위험을 왜 그렇게 감수 못 한다고 난리인가.


부작용에 대한 정확한 수치가 어디 없나 찾아봤다.
아래는 우리들의 백과사전인 나무위키에서 발췌.

콘서타 27mg 기준, 5% 이상의 확률로 일어나는 주요 부작용은 이러하다.
식욕 감소(24.8%)와 그로 인한 체중 감소
두통(24.2%)
불면증(19%)
입 안이 건조해짐(15.1%)
구역질(14.3%)
불안(8.4%)
어지러움(7.4%)
빈맥(6%)
다한증(5.7%)
과민성(5.2%)
낮은 확률(5% 이하)로 일어나는 부작용은 이러하다.
우울감, 식욕 부진, 피로, 두근거림, 긴장, 떨림, 초조, 안절부절, 심박수 증가, 혈압 상승, 성욕 감소, 시력 장애 등, 극히 낮은 확률로 영구 탈모도 있다.

뭐가 그렇게 심각한가? 심각한 부작용은 없다.

공부를 잘 하는 약이라고? ADHD가 아닌 이들이 복용하는 경우 어차피 효과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런 목적으로 오는 경우 효과가 없다는 걸 그냥 알려주면 된다. 뭐가 문제인가?

성인 ADHD 환자가 느끼고 겪는 불편함은 의사들이 예상하는 그 이상 월등하게 크고 다방면으로 넓고 고통스럽다.
조심스럽게 접근한다고? 대체 왜?
조심스러운 것도 좀 적당히 조심스러워하자. 제발. 고통에 공감은 못하더라도 이해는 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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